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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자유

만약 자유가 모든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이라면, 그러한 자유는 스피노자나 니체 등의 주장이 옹호하는 것이다.. 그들의 자유는 정말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자유를 이해할 수도 있다. 우리가 다르게 행동할 수도 있었다는 것, 다른 모든 조건들이 갖추어져도 결국 하나의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마지막 조건은 선택이라는 것, 더 정확히 적어 선택하는 의지라는 것, 그것이 자유라는 것. 하나의 선택이 그 다음의 선택을 제약할 모든 조건들을 결정하리라는 것. 자유로 상황을 다루고 바꿀 수 있다는 것. 자유의 옹호자, 칸트 또는 사르트르.

40. 설득에의 노력

가령 어떤 강의에서 한 교수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다고 해보자. "전쟁 상황에서의 살인에 대해서는 구체적 맥락을 막론하고 그 행위에 책임을 물어야 할 그 어떤 정당한 이유도 없다. 전쟁 상황에서의 살인이 비난받을 짓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사리에 어긋난다. 전쟁 상황에서의 살인은 언제나 정당하다."
이같은 발언 이후에 벌어질 일들 중 예상할 수 있는 경우들이 있다. 아마도 어떤 학생은 학내 커뮤니티나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교수의 발언이 얼마나 반인륜적이었는가에 대해 글을 쓸 것이다. 논란이 커지면 강의는 폐강될 것이다. 어쩌면 이 일은 대형 언론을 통해 보도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되면 교수는 파면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교수는 조용히 사과하고 물러가거나, sns에 불평과 분노가 섞인 글을 게시하고 어쩔 수없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아마 그 교수의 발언이 어째서 적절하지 못했는가에 대해 당사자가 참석할 수 있는 공적인 토론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오늘날 많은 지식인들과 대학생, 그리고 합리적 시민들이 공유하는 정치적 입장들의 집합이 있다. 아마도 좌파의 주장이 섞여있을 테고 문화 식민주의나 획일화에 반대할 것이며, 갖은 차별과 소외, 배제에 반대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이같은 입장들을 지지할 수 있는 굉장히 세련된 논증들을 마련해두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입장들은 합리적인 사회에서 주류적인 위치를 차지하였을 것이고, 때문에 어느정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취급될 것이다. 쉬운 예를 들면 인권의 이념이 그렇다.
물론 이들의 입장은 가장 진보적인 이론들과는 괴리가 있을 것이다. 특히 철학자들은 주류적 이론의 자연화가 얼마나 위험한지 계속해서 지적할 수도 있고, 이 주류적 입장은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수 없으며 진정한 변화를 위해선 더 나아가야 한다고 할지 모른다. 이러한 "더 진보적인" 입장들을 공유하는 집단의 경우에, 이들의 이론적 논거들은 한층 더 세련되어 거의 반박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니 이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더더욱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쉽다.
이 두 종류의 입장들은 그 정도가 어찌되었건 합리적일 것이며(그것이 의도적으로 비합리성을 표방하는 이론일지라도 그럴 것이다.), 아마도 합리적 소통이 가능한 일반 시민들은 이들의 의견에 동조할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들과 합리성의 개념을 공유하지 않는 자들과 마주했을 때이다. 아마 둘은 진지하게 토론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실상 서로 말이 통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비합리적일 것이라 여길 것이며, 때문에 토론하려는 노력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까 위에서 말했듯 어떤 입장이 이미 사회에서 자연화되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면, 그 입장의 지지자들은 이미 애초에 토론이라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여길지 모른다.

바로 요즘,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 합리적 지성인들이 취하는 태도는 무엇인가? 그들을 몰지각한 이등시민으로 취급하는 것이 전부이다.
탄핵은 정당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무턱대고 비난받는다면, 사회는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할 것이다.

설득의 노력이 중요하다. 토론하고, 설득하는 것이.

39. 미학의 종말에 대해서

1.
예술이 하나의 자율적 제도로 독립되었을 때에야 예술에 대한 철학적 담론이 가능했다. 모든 이론적 범주는, 그 이론이 하나의 분과 학문을 지도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범주가 다른 이론의 범주들과 분리되어 있는 그만큼 독립적인 대상을 필요로 한다. 예술 철학은 독립적인 대상으로서 예술이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

2.
언젠가 예술이 자율성을 잃게 될 것이라면, 그것은 아방가르디즘의 승리나 정치적 미학 프로그램의 성공 때문에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유튜브와 애플뮤직이 예술의 탈-자율화의 기도자가 될 것이다. 언젠가 예술이 다만 배경 소품이나 치장물이 되고, 예술적 경험이 온전히 소비 활동으로 환원될 수 있을 때에 예술은 예술이 아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때, 철학은 예술을 다루지 않을 것이다. 만약 철학이 예술을 논의의 주제로 삼는다 해도 그것은 지나간 과거의 경험들에 대한 애가일 뿐일 것이다. 예술이 종말하고 그 자리에 소비만이 남을 때, 미학 또한 종말을 고할 것이다.

나는 예술이나 미학의 종말이 안타까운 일이라고 슬퍼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예술의 종말은 어떤 전복적인 예술가들의 실천이나 이론적 성과들에 의해 성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할 따름이디. 예술적 실천은 그 자신이 "예술"적 실천으로 인지되는 한 결코 예술을 파괴하지 못할 것이다. "자율적이고 유미주의적인 예술이란 없다"는 식의 이론적 시도들 또한, 그것이 사실상 예술적 대상들(아마도 근래의 프랑스 이론가들에 의해 이미지라는 더욱 포괄적이고 정치적일 수 있는 개념으로 대체되었을 그런 대상들)에 대한 반성의 결과인 한, 예술이라는 범주의 자율성을 완전히 파괴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외면적으로는 예술을 예술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단지 상품으로 취급할 뿐인 시장에 의해서는 예술의 파괴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파괴이다. 시장은 모든 것을 상품으로 바꿔놓는 데에 이미 늘 성공하고 있다. 예술을 이미 예술로 취급하고 있지 않기에 시장은 예술을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묻고자 하는 사태를 이미 눈 앞에서 놓쳐버린 미학은 자연히 종말할 것이다.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의 <반딧불이의 잔존>은 그 종말의 불가능성을 호소하는 한 편의 신파극이다. 언젠가 시장은 소비 앞에 일말의 비주류성(minority, 소수성)도 남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체제가 될 것이다. 어쩌면, 이미.

38. 트럼프, 시장, 배타성.

http://m.news.naver.com/hotissue/read.nhn?sid1=104&cid=1035322&iid=49340734&oid=003&aid=0007801135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과 배타적 집단우선주의의 합일점을 우리는 여기에서 본다.

트럼프는 법인세 감소를 통해 미국 기업이 어디에서든 경쟁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귀결로 그가 무엇을 기대하는지는 빤히 알 수 있다. 그는(그리고 시장 안의 모든 국가적 결정권자들은) 경쟁의 종말을 위한 경쟁으로 나아가려 한다. 어느 시점에선 미국의 기업은 다른 모든 나라의 기업들의 그 어떤 위협이나 도전도 경쟁의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기업은 언젠가는 계속되는 승리 속에서 경쟁의 불안을 뒤로해야 할 것이다. 그 때 무역의 자유와 공정함은 새롭게 정의될 것이다. 미국은 만들고, 다른 나라들은 사들일 것이다. 위대한 미국은 바로 그 때에만 완성될 것이다. 그리고 그 승리의 축제에 허락되지 못한 자들은 끼어들어선 안 된다. 미국인들만이 미국의 승리를 축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미국인은 지리적으로 미국 땅에 있는, 또는 그저 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백인일 것이고, 남성이거나 남성적 권위를 인정해야 할 것이며, 기독교인일 것이고, 이성애자일 것이다. 그러나 배타적으로 내몰린 그들도, 소비자이기를 자처한다면, 그리고 오로지 소비자이기만을 자처한다면, 미국이 주도하는 시장의 일원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미국"은 승리할 것이고, 그 순간 경쟁은 종말할 것이다. 다만 임종 직전의 호흡기가 거짓된 경쟁의 기회로 주어질 것이다. 왜 배타적인가? 그 왕국엔 돈을 벌어들이는 자와 소비하는 자만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아니라면 모두 쫓겨날 것이다. 한 사람은 소비자로서만 시장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장 바깥에는 사람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시장 바깥의 세계는 없을 것이다.

37. 대중음악과 그 수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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